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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이 넘어가면서 생기기 시작한 새치는 이제 내 모습의 특징이 될 정도로 내 머리를 하얗게 덮어버렸고, 나는 그 동안 그런 모습에 익숙하게 지내왔었다. 아내는 언제나 나에게 염색 좀 하라고 성화였지만, 목사는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염색을 하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우리 교회 성도들은 염색을 하지 않고 하얀 머리가 있는 나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염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신년 부흥회에 초대를 받아 한국을 방문하여, 친구 목사의 제안에 따라 머리를 염색을 했다. 연세드신 어머님이 나의 흰 머리를 보면서, 내가 미국에서 고생한다고 마음 쓰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염색을 하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염색을 하고 난 내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어색한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전혀 나 같지 않았다. 염색한 검정색이 너무 진한 것 같아 마치 어떤 가발을 쓴 것처럼 어색하기 그지 없다. 미국 TV 방송의 공상과학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상한 모습처럼 느껴졌다. 미장원 아주머니에게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후회가 막심했다. 괜히 했나보다. 머리 염색을 지울 수는 없을까? 친구 목사의 아내는 지금도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를 깜을 때마다 그 색깔이 조금 누그러지니, 더욱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 어색함을 내 마음 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으로 며칠이 지났다. 자꾸 바라보니 어색하던 내 모습이 점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가? 가발을 씌워놓은 것 같았던 머리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마치 내가 언제나 이런 검은 머리를 지니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긴 시간이 약인 것이다. 어색한 것도 자꾸 대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 교회에 요즘 새로운 교인들이 많이 등록하고 있다. 처음 우리 교회에 왔을 때 새 교우들은 모두들 어색해 한다. 하지만 그 어색함의 기간을 견디면서 하나씩 둘씩 익숙해지면, 머지 않아 마치 오래된 교우인것처럼 익숙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을 본다.

죄도 그렇고 선도 그렇다. 죄를 짓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는 것도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던 분에게도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한번 두번 그런 어색한 일을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익숙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아주 위험하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뜨거워서 바로 뛰쳐 나오지만,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뛰쳐나오지 않는 것처럼, 죄악이나 불신앙의 행위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그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혹시 내가 죄악에의 익숙함, 불신앙의 익숙함, 나태함의 익숙함에 있다면 내 모습을 고쳐야 할 것이다.

선을 행하고, 신앙적인 열정을 내는 것도 어색한 일일 수 있다. 오랫동안 불신앙의 타성에 젖었던 사람이 새롭게 신앙적 열정을 회복하는 것이나 믿음의 결단을 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이 우리에게 있어도, 신앙적인 열정을 회복하고 선을 행하는 일을 해 나가다 보면, 선한 모습이 더욱 익숙해질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제 새로운 변화의 길로 초대된 사람들이다. 신앙의 모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때론 어색할지라도 저 천국에서의 하나님 앞에서 영광스럽게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며 신앙에 익숙해져 나가야 할 것이다. 천국에 갔을 때, 천국이 너무 생소하고 어색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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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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